스기야마 마사아키, 『유목민의 눈으로 본 세계사』
스기야마 마사아키 (2013). 『유목민의 눈으로 본 세계사』. 이경덕 옮김. 서울: 가디언. 424쪽. 21,000원.
杉山正明 (2011). 『遊牧民から見た世界史』. 日本経済新聞出版. 477 pp.
스기야마 마사아키 (1999). 『유목민이 본 세계사』. 이진복 옮김. 서울: 학민사. 381쪽. 12,000원.
杉山正明 (1997). 『遊牧民から見た世界史―民族も国境もこえて』. 日本経済新聞社.
일본학계에서 몽골제국사 최고전문가로 명성이 자자한 스기야마 마사아키 교수님의 전근대 유라시아의 유목세계에 대한 개설서라고 말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개설서라고 적기는 했지만, 사실 각주도 하나도 없어서 활용하기가 애매하다. 게다가 다루는 범위가 원체 넓고 시기도 길다 보니 책 전체에서 내용이 긴박하게 전개된다. 시각도 굉장히 독특한 면이 많다.
사실 이런 점은 한국에 소개된 또 다른 스기야마 마사아키 교수의 책, 『몽골 세계제국』(1999)에서도 보이는 특징이기도 하다. 지은이 스스로도 그렇게 느꼈는지 이렇게 적기도 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흔히 생각되고 있던 몽골제국과 그 시대에 관한 견해는 상당히 다른 결론이 나고 있다. 이 책에는 그러한 근년의 성과를 가능한 한 집어넣어 간결하게 전달하려 했다. 전문논문 정도 등에서도 완전히 언급되어 있지 않은 사실의 서술도 솔직히 말해 상당히 있다. 한 줄의 서술 뒷편에 본래라면 빽빽이 보여주지 않으면 안되는 방대한 문헌과 그 조작에 의한 입증절차가 응축되어 있는 경우도 많다. 몽골시대사 연구는 해야만 하는 것, 행해져야만 할 것이 너무나도 많아서, 하나하나 논문정도로 준비해서는 연구 그것을 진전시킬 시간이 부족하게 된다. 이 책과 같은 서적에서 결론만을 ‘먼저 내어놓는’ 형태로 일괄해서 정리해 서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정말로 행운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381-82)
당황스러울 정도의 자신감이다. 또 정말 신뢰해도 될지, 검증 가능한지에 대한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사실 김호동 교수님께서도 스기야마 마사아키 교수가 “일련의 저작을 통해서 몽골제국사의 지평(地平)을 열어오고 있다. 이들 책을 읽은 사람들은 대담(大膽)할 정도로 보이는 그의 주장(主張)과 논설(論説)을 접하면서 과연 사료적 근거(史料的 根據)가 무엇인지 의아해 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다”라고 적을 정도이다. 그러나, 그 바로 뒤에 덧붙이길, “그러나 본서[『モンゴル帝國と大元ウルス』를 가리킴]는 그의 주장이 동서사료(東西史料)들의 광범위한 수집과 치밀한 분석에 기초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2004: 269)
이런 스기야마 마사아키 교수의 연구에 대해 일본학계에서는 “본학계는 20세기 말 이래로 스기야마 마사아키가 일본ᆞ세계학계에 초래한 몽골사 이해의 혁신을 “스기야마(杉山) 패러다임”이라고 명명한다. 일본의 몽골시대사 연구는 “전체 구상=杉山正明”, “개별 실증=杉山 이외의 연구자”라는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라고 한다 (설배환 2020: 230). 최근에는 이런 이야기가 일본학계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칸국, 울루스 체제, 그리고 ‘몽골 연방’”에서 나는 미할 비란 교수님을 비롯한 『몽골 제국, 실크로드의 개척자들: 장군, 상인, 지식인』의 편집자들이 1260년의 내전을 통해 몽골 제국이 일종의 ‘연방’(commonwealth)로 변화했다는 설명을 제시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사실 스기야마 마사아키 교수는 『유목민의 눈으로 본 세계사』에서 이미 비슷한 주장을 적었다. “몽골에서 쿠빌라이는 이른바 제2의 창업자였다고 말할 수 있다. 이무렵 몽골은 쿠빌라이 직속의 새로운 제국 ‘대원 울루스’를 중심으로 크고 작은 일족이 울루스 외에도 다양한 인종의 지역 정권·재래 왕조·재래 세력이 여러 층의 차원에서 편성되어 있는 느슨한 ‘세계 연방’으로 변신했다.” (2013: 308; 1999: 281) 『유목민이 본 세계사』 원서가 일본에 출간된 것이 1997년이니 스기야마 마사아키란 학자의 사고가 얼마나 앞서나가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유목민의 눈으로 본 세계사』를 읽으면서 이렇게 ‘앞서 나가는 부분’을 일일히 꼽기 어려울 만큼 많이 발견했다. 혹 몽골 제국과 유라시아 유목 세계의 전개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데 스기야마 마사아키의 책을 아직 읽지 않은 분이 있다면, 꼭 한번 살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1999년에 출간된 『유목민이 본 세계사』과 2013년에 출간된 『유목민의 눈으로 본 세계사』을 비교해보니, 본문의 내용에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두 책의 차이는 (옮긴이가 바뀌어) 옮긴이의 말이 달라졌고, 스기야마 마사아키 교수 본인의 ‘덧붙이는 글’과 마쓰모토 겐이치 교수님의 해설이 추가된 것이 전부였다. 어차피 두 권 다 절판인 상태니, 도서관에서 아무거나 골라 읽어도 상관이 없을 듯 싶다.
참고문헌
설배환 (2020). “중국에서 蒙元史 이해의 전통과 신경향: “元朝史”에서 “제국사”로의 이행과 지체”. 『中央아시아硏究』 第25號 第2卷: 203-49.
김호동 (2004). “[書評] 杉山正明 著, モンゴル帝國と大元ウルス (京都:京都大學學術出版會, 2004)”. 『中央아시아硏究』 第9號: 267-70.
杉山正明 스기야마 마사아키 (1999). 『몽골 세계제국』. 임대희·김장구·양영우 옮김. 서울: 신서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