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터키에 출간된 티무르조 관련 사서들

hanyl 2020. 8. 15. 16:35

들어가며

테뮈르와 테뮈르조 관련 연구는 터키에서도 상당히 활발한 편이다. 아타튀르크부터가 역사 연구 기관들에 테뮈르에 관심 많다고 수 차례 어필했을 정도다. 대중적으로도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테뮈르 연구의 정점으로 꼽히는 만츠(B. F. Manz) 교수의 The Rise and Rule of Tamerlane만 해도 연구서 임에도 불구하고 몇십쇄가 판매되었을 정도이다.

역사 연구는 어떨까? 1차 사료의 번역 내역을 한번 알아보면 연구가 어느 정도 활발한지 가늠해보는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하여, 터키에 소개된 테뮈르조 사료 번역 현황을 한번 다루어보도록 하겠다. 이를 위해 2019년 퀴브라 튀트메즈(Kübra Tütmez)가 발표한 “Timurlu Devleti Tarihine Dair Türkiye’de Yapılmış Çalışmalar Üzerine Bir Bibliyografya Denemesi”(터키에서 진행된 티무르조 역사 연구 일람 시도) 144쪽에서 소개된 사서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도록 하겠다.

그림. 티무르의 손자 바이숭구르 미르자에게 책을 바치는 학자들

니자무딘 샤미, 『승전기』(일명 『샤미 승전기』)

Nizâmeddîn-i Şâmî, Zafernâme, Necati Lugal 옮김 (Ankara: Türk Tarih Kurumu, 1987), xxvi, 403쪽.

니자무딘 샤미(Niẓām al-Dīn Shāmī) 또는 니자미 샤미(Niẓām-i Shāmī)의 페르시아어 사서, 『승전기』(勝戰記, Ẓafar-nāma)의 현대 터키어 번역본이다. 테뮈르는 1395년 바그다드에서 투항한 니자무딘 샤미에게 자신의 행동을 일반일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서술할 것을 명령했다. 이 명령에 따라 1404년에 완성된 『샤미 승전기』는 현존 최고(最古)의 테뮈르조 사서이다. (이주연, 2020: 11-12)

타주살마니, 『역사서』

Tacü’s-Selmânî, Tarihnâme, İsmail Aka 옮김 (Ankara: Türk Tarih Kurumu, 1988), x+136+177쪽.

『사랑스러운 태양』(Shams al-ḥusn) 또는 『역사서』(Taʾrīkh-Nāma)를 현대 터키어로 옮긴 책이다. 이 책은 테뮈르의 명령으로 『샤미 승전기』의 후속작으로서 편찬이 시작되었고, 1410년 이후의 어느 시점엔가 샤루흐의 이름 아래 완성되었다. 1404년 7년 원정을 마치고 귀환하는 1404년부터 그의 손자 할릴 술탄이 몰락하는 1409년까지의 시기를 다룬다. 책의 저자인 타주살마니(Tāj al-Salmānī) 또는 타주딘 살마니(Tāj al-Dīn Salmānī)는 이스파한 출신으로, 테뮈르 사후 할릴 술탄의 휘하에 관료로 있다가 샤루흐에게 투항한 인물이다. (Manz, 2001: 59; Szuppe, 2003)

샤라푸딘 야즈디, 『승전기』(일명 『야즈디 승전기』)

Şerefüddin Ali Yezdi, Emîr Timur: Zafernâme, Ahsen Batur 옮김 (İstanbul: Selenge Yayınları, 2013), 544쪽.

바로 앞에 언급한 니자무딘 샤미의 『승전기』를 저본으로 삼아 샤라푸딘 야즈디가 1424년 완성한 『승전기』의 현대 터키어 번역본이다. 『야즈디 승전기』는 『샤미 승전기』 속에 있는 개별 사건이나 일화들, 전개 과정은 그대로 이용하되, 추가적인 서술을 덧붙임으로서 사힙키란이라는 특수한 정통성의 근거를 명확하게 제시했다. (이주연, 2020: 14-15)

이븐 아랍샤, 『티무르사』

İbni Arabşah, Acâibu’l-makdûr (bozkırdan gelen bela), Mehmet Efendioğlu 편집, Ahsen Batur 옮김 (İstanbul: Selenge, 2012), 480쪽.

이븐 아랍샤는 다마스쿠스 태생으로, 1401년 테뮈르에 의해 사마르칸트로 끌려갔다. 테뮈르 사후 모굴 울루스, 조치 울루스를 거쳐 오스만 제국에 봉직하다가 1422년 다마스쿠스로 귀환하였다. 이 책은 이븐 아랍샤가 1435년 완성한 『티무르의 만행으로 인한 경이로운 운명의 전환』(ʿAjāʾib al-maqdūr fī nawāʾib Tīmūr)의 번역이다. 비록 이븐 아랍샤의 서술은 테뮈르에 대한 혐오로 정확성의 면에서는 테뮈르조의 공식 사가들의 것에 비해 떨어진다는 것이 중론이나, 당대 테뮈르의 정복전쟁으로 고통받은 보통 사람들의 영혼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무시할 수 없다. (Pedersen, 1986)

토브마 메초베치, 『절음발이 타무르와 후계자들의 역사』

Toma Metsopski, Timurlenk ve Haleflerinin Tarihi, Gürsoy Solmaz 옮김 (Ankara: Elips Kitap, 2009), ix+55쪽.

토브마 메초베치(Թովմա Մեծոփեցի, Thovma Metsobetsi, 1378년 ~ 1446년)는 아르메니아 성직자이다. 테뮈르의 침공이 시작된 1386년부터 15세기 초까지의 상황을 기록했다. 그의 기록은 14세기 후반부터 15세기 초반까지 아르메니아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료이기도 하다. 아르메니아 연구자 로버트 베드로시안(Robert Bedrosian)의 영어 번역본이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되어 있다. 토브마 메초베치와 그의 저술에 대한 설명도 영어 번역본의 해제를 참고했다. (Bedrosian, 1987)

자파리, 『대역사』 또는 『자파르사』

Caʾferî b. Muhammed el-Hüseynî, Târîh-i Kebîr: Tevârîh-i Enbiyâ ve Mülûk, İsmail Aka 옮김 (Ankara: Türk Tarih Kurumu, 2011), xvii+293쪽.

자파르 이븐 무함마드 자파리(Jaʿfar b. Muḥammad Jaʿfarī)가 15세기 후반에 지은 『자파르사』(─史, Tārīkh-i Jaʿfarī)의 터키어 번역본이다. 『자파르사』는 총 12개 장으로 구성된 책으로, 첫 6개 장은 테뮈르가 야즈드 지역을 정복하는 1390년대까지를 다루었고, 그 다음 4개 장은 야즈드 지역의 건물들이나 토착 시인들에 대해 다룬다. 마지막 2개 장은 테뮈르의 후계자 샤루흐의 재위 말기부터 카라코윤루의 자한샤가 서부 이란에서 패권을 확립하는 1452년까지를 다룬다. 분량적으로는 중간의 4개 장이 가장 비중이 크나, 그럼에도 이 시기 서부 이란의 역사를 이해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료로 여겨진다. (Miller, 1989: 75-89)

하산 베이 룸루, 『아름다운 역사』

Hasan-ı Rumlu, Ahsenü’t-Tevârîh, Mürsel Öztürk 옮김 (Ankara: Türk Tarih Kurumu, 2006), xxiii+648쪽.

룸루부 하산 베이(Ḥasan Beg Rūmlū, 1530년 죽음)의 책 『아름다운 역사』(Aḥsan al-tawārīkh)의 번역이다. 하산 베이는 사파비조 룸루부의 귀족으로, 샤 타흐마습 재위 쿠르치로 봉직하였다. 창세부터 자신의 시대까지의 세계사를 12권 구성의 역사서로 편찬하려 했으나, 현존하는 것은 1405년부터 1493년까지를 다룬 10권과 1494년부터 1577년까지를 다룬 11권 밖에 없다. 1권부터 9권까지는 아예 작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설도 있다. (Navāʾī, 2011) 뮈르셀 외즈튀르크(Mürsel Öztürk)는 현존하는 2권의 사서를 현대터키어로 옮겼다.

데 클라비호, 『타메를란 사행기』

Ruy González de Clavijo, Anadolu, Orta Asya ve Timur: Timur nezdine gönderilen İspanyol sefiri Clavijo’nun seyahat ve sefaret izlenimleri, Kâmil Doruk 편집, Ömer Rıza Doğrul 옮김 (İstanbul: Ses Yayınları, 1993), viii+208쪽.

카스티야와 레온의 왕 엔리케 3세의 명으로 테뮈르에게 파견된 사절단의 일원, 루이 곤살레스 데 클라비호(Ruy González de Clavijo)가 남긴 책이다. 사절단은 1403년부터 1405년까지 테뮈르 제국을 여행하며 테뮈르를 비롯한 다양한 인물들과 대화를 나누었다. 데 클라비호는 사절단의 여정과 그 과정에서 만난 인물들과의 대화를 꼼꼼히 기록했고, 곤살로 아르고테 데 몰리나(Gonzalo Argote de Molina)란 인물이 이를 종합하여 1582년 『타메를란 대제의 역사와 사절단의 여정에 대한 루이 곤살레스 데 클라비호의 회고』(Historia del Gran Tamerlán e itinerario y enarración del viaje y relación de la embaxada que Ruy González de Clavijo le hizo)란 제목으로 출간하였다. (Manz and Dunaway: 1992; 정수일, 2013) 터키 역사 재단 도서관의 자료로 볼때, 외메르 르자 도으룰의 터키어 번역본은 1930년대 후반 또는 40년대 초반 『티무르령 카디스에서 사마르칸트까지의 여정』(Timur Devrinde Kadis'ten Semerkand'a seyahat)이란 제목으로 처음 출간된 것 같다. 그러나 정확한 서지사항을 온라인으로 확인할 수 없어서 부득이 확인 가능한 것 가운데 가장 오래된 판본을 기준으로 소제목을 적었다.

『티무르 회고록』

Şerefeddin Ali Yezdî, Timur ve tüzükâtı : nihâyetinde “Cengiz Yasası”, Mustafa Rahmi 옮김 (İstanbul: Matbaa-i Amire, sh. 1339 [1939]), 107쪽.

Sahibkıran Emîr Timur Muhammed Tarağay Bahadıroğlu, Timur’un Günlügü: Tüzükat-i Timur, Adnan Aslan · Kutlukhan Şakirov 옮김 (İstanbul: İnsan Yayınları, 2004), 160쪽.

Timur Han, Tüzükat-ı Timur: Devlet Yönetmek, Gazanfer Şahin 옮김 (Babıali Kültür Yayıncılığı, 2015), 84쪽.

1636년 테뮈르무굴조 황제 샤자한이 선물 받은 페르시아어 사서로, 테뮈르의 회고록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19세기 후반부터 서구 사학계에서는 원본이 되는 튀르크어 사본이 존재하지 않는 점, 야즈디나 샤미 등 테뮈르조의 후원을 받아 편찬된 사료들에서 테뮈르의 회고록과 관련된 기록이 전혀 등장하지 않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다른 사료들과 충돌하는 서술이 너무 많다는 점 때문에 위서로 규정하였다. 그러나 『티무르 회고록』의 내용은 1990년대 우즈베키스탄에서 시작된 테뮈르 숭배의 전조라 할만한 내용이 관찰되기 때문에 연구의 가치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Andican, 2017)

나짐자데 무르테자, 『티무르 부마사』와 『절음발이 티무르사』

Nazmîzâde Murtezâ Efendi, Târîh-i Timur-ı Gûrkân, İbrahim Müteferrika 서문 (İstanbul: Müteffika Matbaası, sh. 1142 [1739]), 129쪽.

Nazmîzâde Murtezâ Efendi, Târîh-i Timurlenk (İstanbul: Ceridehane Matbaası, sh. 1277 [1861]), 243쪽.

앞서 언급한 이븐 아랍샤의 책, 『티무르의 만행으로 인한 경이로운 운명의 전환』을 나짐자데 무르타자(Nāẓim-Zāde Murtaḍā, 1720년대 죽음)란 인물이 오스만어와 페르시아어로 번역한 것이다. 나짐자데 무르타자에 대해서는 바그다드에서 사이드 알리 에펜디라는 인물의 아들로 태어났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 오스만어 번역본에는 이븐 아랍샤의 저술에 나짐자데가 독자적으로 수집한 정보가 추가되었다. 회력 1277년 출간된 판본은 1142년 판본을 축약한 것이다. (Özcan, 2006)

기야수딘 나카쉬, 『중국견사기』

오스만어: Hoca Gıyâseddin en-Nakkāş, ʿAcâʾibü’l-leṭâʾif: Sefernâme-i Çîn, Çelebizâde Âsım Efendi 옮김, Ali Emîrî Efendi 펴냄, (Naşiri: Kader Matbaası, sh. 1331), 48쪽.

현대터키어: Gıyaseddin Nakkaş, Hıtay sefaretnamesi, Betül Mutlu 옮김 (Ankara: Türk Tarih Kurumu, 2013), 84쪽.

기야수딘 나카쉬(Ghiyāth al-Dīn Naqqāsh)는 샤루흐의 조신으로, 1420년부터 1422년까지 중국에 파견된 사절단의 일원이었다. 기야수딘은 헤라트로부터 한발르그, 즉 북경까지 갔다가 돌아올때까지의 일어난 모든 일을 기록하는 임무를 받았다고 전해진다. 그의 기록은 하피지 아브루나 압둘라자크 사마르칸디 등의 사서에 인용되었다. (정수일, 2013; Dunlop, 1991:1076) 1727년경 오스만 제국의 셰이흐 이슬람 첼레비자데 이스마일 아심 에펜디(Čelebi-Zāde Ismāʿīl ʿĀsīm Efendi)가 하피지 아브루와 사마르칸디의 책에서 기야수딘의 저술을 발췌하여 오스만어로 번역하였고, 1912년 알리 에미리(ʿAlī Emīrī)라는 인물이 첼레비자데의 오스만어 번역본을 인쇄, 출간하였다. (Bozkurt, 2009) 베튈 무틀루(Betül Mutlu)의 번역은 첼레비자데의 오스만어 번역본을 다시 현대 터키어로 옮긴 것이다.

마치며

차후 여기서 다루지 않은 테뮈르조 사서들을 함께 검토하면 알 수 있겠지만, 전반적으로 테뮈르 당대사의 번역에 집중된 것이 특징이라 할 수 있는 것 같다. 타주살마니, 『역사서』와 하산 베이 룸루, 『아름다운 역사』, 기야수딘 나카쉬, 『중국 여행기』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테뮈르에 대한 사서들이다. 튀트메즈의 정리를 보면 테뮈르조 전반에 대해 연구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지만, 그와 별개로 터키 대중의 관심은 테뮈르 개인에 집중된 것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참고문헌

한국어

이주연. 2020. 『티무르조의 사서, 야즈디 저 『승전기』(Ẓafar-nāma)의 역주』. 박사 논문. 서울대학교 대학원.

정수일 편저. 2013. 『실크로드 사전』: 데 클라비호의 티무르제국 사행,” “샤 루크 중국견사기,”

터키어

Andican, A. Ahat. 2017. “Tüzükat-i Timur gerçek mi ve gerçerli bir birincil tarihî kaynak olarak kullanabilir mi?” Türkiyat Mecmuası, 27-2: 33-83.

Bozkurt, Nebi. 2009. “Sefâretnâme: i,” TDV İslâm Ansiklopedisi. TDV İslâm Araştırmaları Merkezi. 

Özcan, Tahsin. 2006. “Nazmizâde Murtaza Efendi.” TDV İslâm Ansiklopedisi. TDV İslâm Araştırmaları Merkezi.

Tütmez, Kübra. 2019. “Timurlu Devleti Tarihine Dair Türkiye’de Yapılmış Çalışmalar Üzerine Bir Bibliyografya Denemesi.” Akademik Tarih ve Düşünce Dergisi, 6-1: 136-63.

영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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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ller, Isabel. 1989. “Local History in Ninth/Fifteenth Century Yaẓd: The Tārīkh-i Jadīd-i Yazd.” Iran, vol. 27: 7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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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티무르의 손자 바이숭구르 미르자에게 책을 바치는 학자들. 출처: Malek National Library, ms. 6031, p. 6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