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2월 18일 수요일에 동덕여자대학교 유라시아 투르크 연구소에서 주최한 제13차 정기 콜로키움에 다녀왔다. 유라시아 투르크 연구소는 2016년 2월에 설립된 신생 단체이지만, 이름에서 어떤 목표를 지니고 있는지 곧바로 알 수 있을 것같다. 유라시아 투르크 연구소의 정기 콜로키움은 매월 1회 개최된다. 공개 세미나이기 때문에 참가에 제한은 없다. 연구소 이메일이나 진행하는 조교분에게 미리 문의 한번 드리면 되는 것 같다 (연구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
이번 세미나는 2개의 세션으로 진행되었다. 첫번째 세션은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어과의 강덕수 교수님이 진행하신 “사하의 민족과 언어·문화”였다. 러시아 연방의 사하 공화국의 개략적인 소개부터 시작해서, 야쿠트와 에벤티 등의 역사를 간략히 다룬 뒤 민속문화를 인접 다른 민족들과 비교하는 구성이었다. 발표의 마지막은 한국어와 야쿠트어의 어휘 비교였다. 노파심에 덧붙이자면 알타이어족설을 진지하게 미는 자리는 아니었다. 강덕수 교수님은 국수주의 때문에 서로 간에 존재했을 것으로 보이는 교류에 대한 언어학적 연구가 왜곡되고 기괴하게 이용되어져 온 것이 아쉽다며 이제 명퇴도 해서 여유가 생겼으니 여러 학자들과 함께 진지한 연구를 진행해보겠다는 포부를 밝히신 자리였다.
두번째 세션은 명지대학교 중동연구소의 신양섭 교수님께서 진행하신 “하드웨어 이슬람과 소프트웨어 페르시아 문화 그리고 범세계적 네트워크를 구성한 투르크”였다. 세션은 다시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었다. 처음에는 ‘광의의 이란’(the greater Iran. 나 같은 경우는 이 표현을 ‘대이란’이나 ‘이란 세계’라고 옮겼던 것 같다)의 역사를 간략히 설명하는 시간이었다. 두번째 부분은 사만조부터 오스만, 사파비, 무굴 제국의 시대까지 이슬람 세계 동부에서 페르시아 문화가 어떻게 발전했는지를 좀 더 상세하게 다루었다. 마지막은 미술, 음악, 건축 등 분야에서 유행한 페르시아풍에 대해 구체적인 작품을 보는 시간이었다. 다만 앞의 두 부분에서 신양섭 교수님께서 시간을 좀 많이 쓰셔서 마지막 단락은 정말 간단하게만 이야기하셨다.
이번 콜로키움에 방문하게 된 이유는 신양섭 교수님의 강의 때문이었는데, 시간 관계로 몇 가지 질문을 드리지 못해서 아쉬웠다. 세미나가 끝난 뒤에 연구소에서 식사도 제공했는데, 그때는 내가 자리를 잘 못 잡아서 질문을 드리지 못했다. 대신 유라시아 투르크 연구소에 소속된 보조 연구원 분들과 대화를 했으니 마냥 아쉽기만 하진 않았지만. 내가 같이 앉은 연구원 중 한분은 아제르바이잔인이었고, 다른 한분은 우이구르(위구르)계 우즈베키스탄인이었다. 신양섭 교수님께서 선택하신 주제가 동부 이슬람 세계에서 페르시아 문화의 영향을 강조한 것이다 보니 두 사람 다 좀 아쉽게 생각한 점이 많았던 것 같다. 아제리 분은 셀주크 제국에서 카자르 제국까지 지배 왕가는 아제르바이잔 튀르크였는데, 그 사회를 페르시아네이트(Persianate. 마셜 호지슨의 『이슬람의 모험』에 나온 표현을 인용한 것인데, 신양섭 교수님의 표현을 존중해서 페르시아 문화 같이 의역하지 않고 음역해서 적었다)로 표현한게 조금 불만인 것 같았다. 우이구르 분은 알리 시르 나바이는 우이구르계 시인인데 그런 점을 정확히 말씀 안해주신게 아쉽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고. 나도 터키를 중심으로 이쪽 역사를 많이 공부했다보니 좀 아쉬웠던게 사실이고. 예를 들어, 중점으로 다룬 시대의 문화를 페르시아네이트라는 표현보다는 튀르크페르시아 문화(Turko-Persian)로 했다면 더 낫지 않나 싶었다.
어쨋든, 중앙유라시아권에 대해서 한국에서 자료 찾는게 어려운 편인데, 이런 공개 세미나가 정기적으로 진행되어 온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다. 새로 배운 점도 많았고. 맨날 혼자서 책이나 논문만 찾아보다가 현실에서 강의를 나가고 평상시에 관심가지던 분야에 대해 얼굴 맞대고 이야기할 기회가 있는 것 자체가 좋았다. 이쪽에 관심있는 분들은 연구소에서 향후 진행될 세미나 주제를 확인하고 참가하는 것도 좋겠다. 나도 더 일찍 알았으면 몇번 더 갔을 것 같은데, 지난 달에야 처음 존재를 알아서 귀한 강의를 몇번 놓쳤다. 연구소장이신 오은경 교수님 말씀으로는 내년 중순까지만 공개 세미나를 진행하고 이후로는 진행하지 못할것 같다고 말씀하셔서 더 아쉽다.
동덕여자대학교 유라시아 투르크 연구소 홈페이지
유라시아 투르크 연구소 공지사항 (향후 세미나 일정 확인 가능)
유라시아 연구소 세미나 (진행된 세미나에 대한 요약 확인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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