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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잔틴 제국6

‘비잔티움’의 의미 변화: 동로마에서 그리스 제국으로 “비잔티움 제국을 부르는 방식”에서도 적었지만, ‘비잔티움/비잔틴 (이하 ‘비잔티움’으로 통일)’이라는 표현은 16세기 히에로니무스 볼프(Hieronymus Wolf, 1516-80년)가 처음 사용했다고 알려져 있다. 즉, 오늘날 사람들이 ‘비잔티움 제국’이라고 부르고 있는 나라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살아가는 나라를 ‘비잔티움 제국’으로 부르지도 않았고, ‘비잔티움인’을 자칭하지도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연구들은 현대 역사학적 용어인 ‘비잔티움’이 역사적으로 정확하지 않다는 기본적인 맥락에는 동의하되, ‘비잔티움’이라는 표현이 사용된 역사에 대한 시각은 점차 달라지고 있는 듯 하다. 먼저 ‘비잔티움’이라는 이름이 ‘동로마 제국’을 가리키는 명사로 사용되어 온 역사는 히에로니무스 볼프보다 훨씬 오래되.. 2022. 10. 25.
비잔티움 제국을 부르는 방식 비잔티움 제국을 뭐라고 부를 것이냐는 복잡한 문제인 것 같다. ⟪비잔티움의 역사⟫에서도 저자 디오니시오스 스타타코풀로스 선생은 책을 시작하면서 ‘비잔티움/비잔틴 제국’이라는 명칭이 가진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럼에도 쓸 수 밖에 없는 이유를 밝히고 있다. ‘비잔티움/비잔틴 제국’이라는 이름은 이미 많은 학자가 지적했듯, 현대 역사학적 용어로써 ‘비잔티움/비잔틴’이 멸칭의 의미를 얼마간 지니고 있다는 문제가 있다. (콘스탄디노스 4세의 칙령에서 확인할 수 있듯, ‘비잔티움/비잔틴’이라는 용어가 역사적으로 전혀 사용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여기에 더해 ‘비잔틴(Byzantine)’이 ‘비잔티움(Byzantium)’의 형용사형이기 때문에 ‘비잔틴 제국’이라는 이름도 써서는 안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2022. 10. 15.
커닝엄, 《비잔틴 제국의 신앙》 메리 커닝엄 (2006). 《비잔틴 제국의 신앙: 콘스탄티노플에서 꽃피운 그리스도교》. 이종인 옮김. 예경. 199쪽. Cunningham, Mary B. (2002). Faith in the Byzantine World. Lion Publishung. 192 Pages. A6 크기에 200쪽이 채 안되는 분량이지만 다루고 있는 정보의 양이 적지는 않다. 글자 크기가 작은데, 아마 일반 도서 수준으로 키웠다면 분량이 좀 더 많이 나왔을 것이다. 구성면에서도 탄탄하다. 처음 두장에서 비잔틴 정교회를 중심으로 비잔틴 제국사를 개괄적으로 다룬 뒤, 교회와 국가의 관계부터 봉사, 수도원, 성지와 성인, 전례, 교리와 공의회, 세계관, 예술, 유산에 대한 서술이 이어진다. 내가 아는 한, 서술도 꽤 훌륭해보인다... 2020. 5. 31.
워렌 트레드골드, 《비잔틴 제국의 역사》 워렌 트레드골드 (2003). 《비잔틴 제국의 역사》. 박광순 옮김. 가람기획. 400쪽. 13,000원. Treadgold, Warren (2001). A Concise History of Byzantium. Palgrave. 부당할 정도로 평가절하된 책. 특히 번역과 관련해서 많은 비판을 받아온 책으로 알고 있는데, 과장된 바가 많은 것 같다. 주술 관계가 어색하거나 번역투가 과다한 문제나 저자가 영어로 의역한 고유명사를 그대로 음역하는 것 같이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의미 해석이 안될 정도로 엉망인 부분이 보이지는 않았고, 몇몇 부분에서는 학술서다운 품격이 느껴지는 문장도 있었다. 초벌번역 후 편집 과정에서 좀 더 세심한 손질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 정도. 문제가 없는 것.. 2020. 3. 7.
주디스 헤린, 《비잔티움》 주디스 헤린 (2010). 《비잔티움: 어느 중세 제국의 경이로운 이야기》. 이순호 옮김. 글항아리. 671쪽. 38,000원. Herrin, Judith (2007). Byzantium: The Surprising Life of a Medieval Empire. Allen Lane. 주제별 분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큰 틀에서 흐름을 조망하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연구서라면 당연히 장점이 되는 방식이지만, 일반적인 역사 애호가의 시각에서는 단점이 더 크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생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피터 프랭코판의 《실크로드 세계사》를 읽으면서 처음 그런 느낌을 받았다. 세심히 선택된 주제로 책을 잘 이끌어나간다면 미시적인 세세함과 거시적인 통찰력, 두 가지 모두.. 2019. 12. 13.
피터 프랭코판, 《동방의 부름》 피터 프랭코판, 《동방의 부름: 십자군전쟁은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이종인 옮김, 책과함께, 2018. (Peter Frankopan, The First Crusade: The Call from the East, Harvard University Press, 2012) 오랜만에 나온 양질의 십자군 전쟁사 서적 《실크로드 세계사》에서도 느낀바지만, 지은이가 글을 잘 쓴다. 문장이 간결하다. 《실크로드 세계사》와 마찬가지로 최신 학설을 다양하게 반영하였음에도 글을 읽는게 어렵지 않다. 요즘 나오는 역사책들 중에 읽는 재미가 있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이 책은 거기에 속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2005년 토머스 F. 매든의 《십자군: 기사와 영웅들의 장대한 로망스》(권영주 옮김, 루비박스, 2005; 원서는 1.. 2019. 6.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