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번지』(諸蕃志)에 대한 정수일, 『실크로드 사전』의 설명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교류의 문헌적 전거로서의 개괄소개서. 중국 『송사(宋史)』 「종실세계표(宗室世系表)」에 의하면 저자 조여괄(趙汝适)은 송 태종(太宗)의 8대손으로 가정(嘉靖, 1208~1224)과 보광(寶廣) 연간(1225~1227)에 취안저우(泉州)에서 복건로제거시박사(福建路提擧市舶司)로 봉직하였다. 그가 시박사로 있을 때는 송조가 이미 남천(南遷)해 해외무역을 권장하고 번상(蕃商)들의 중국 입국을 적극 유치하던 시기였기 때문에 조여괄은 여러 나라 번상들과 접촉할 기회가 많았다. 그는 이러한 접촉 과정을 통하여 해외정보를 수집하고 외국의 실태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조여괄은 자신의 직접적인 전문과 주거비(周去非)의 『영외대답(嶺外代答)』(1178) 등 선학들의 저서들을 참고로 하여 1225년에 이 책을 저술하였다. 원전은 소실되어 전해지지 않지만 『영락대전(永樂大典)』(1407)의 기술에 근거해 상 · 하 2권으로 복원되었다.
『지국(志國)』이란 제목의 상권에는 일본과 신라로부터 북아프리카와 지중해의 시칠리아(Sicilia)에 이르기까지 총 57개 국의 위치와 산천, 노정과 풍토, 물산 등이 상술되어 있다. 『지물(志物)』이란 제목의 하권에는 중국에 수입되는 향약(香藥)과 진귀품을 비롯한 47종의 물품에 관해 그 산지와 형태, 용도 등이 소개되어 있고, 후미에 해남도(海南島) 관련 5개 조항을 별첨해 취안저우(泉州)와 해남로 등지의 대외 교통 상황이 개술되었다.
이 번역본의 역자 양사오윈(楊劭允/杨劭允, Shao-yun Yang) 교수는 중국계 싱가포르인 학자로,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에서 역사학으로 학사와 석사 학위를,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캠퍼스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세 중화제국의 정신사와 문화사, 특히 종족·종교 정체성(ethnocultural identity)과 종족·종교적 ‘타자’(others)에 대한 인식, 그리고 상호작용을 연구한다. 저서로는 The Way of the Barbarians: Redrawing Ethnic Boundaries in Tang and Song China (Seattle: University of Washington Press, 2019)이 있다.
『제번지』 영어 번역본은 프리드리히 히르트(Friedrich Hirth)와 윌리엄 우드빌 로크힐(William Woodville Rockhill)이 1911년 상권과 하권, 모두를 번역한 것이 이미 존재한다 (Chau Ju-kua: His Work On The Chinese And Arab Trade In The Twelfth And Thirteenth Centuries, Entitled Chu-fan-chï). 그러나 양사오윈 교수에 따르면 이 역본에는 오역이나 역주의 오류가 상당히 존재한다. 특히 상권에 오류가 많았기 때문에 양사오윈 교수는 상권을 새로 번역하게 되었다고 한다.
양사오윈 교수는 이외에도 중화세계와 관련된 지리 정보 다수를 영어로 소개했다. 디지털화된 지도로는 거란인 야율초재의 『서유록』(西遊録)과 여진인 오고손탁[烏古孫澤, 오고손중단(烏古孫仲湍)이라고도 함]의 사행기[유기(劉祁)의 『귀잠지』(歸潛志)에 수록]를 이야기 지도로 만든 “서역으로의 여행: 거란인과 여진인 여행자의 눈에 비친 13세기 중앙아시아”(Journeys to the West: Kitan and Jurchen Travelers in Thirteenth-Century Central Asia)과 “당·송 제국의 변경”(Frontiers of the Tang and Song Empires)을 온라인에 공개하기도 했다. 양사오윈 교수는 자신의 아카데미아 계정을 통해서도 동한 제국의 몰락과 삼국시대 지도와 오호십육국 시대 지도, 안록산의 난 지도, 여진 침공 지도 등 여러 자료도 공개하고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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