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번역 본문은 링크 페이지 아래의 “첨부파일”)
옮긴이의 말
이 논문의 요지는 유목집단 내에서 언어가 정체성 형성의 기반이 아니었던 만큼, 오늘날 서몽골로 분류되는 오이라트도 몽골이 아니라 독자적인 정체성을 지닌 집단이었다는 것이다.
주지하듯이 오이라트인은 서북 몽골 지방에서 기원한 몽골어 사용 유목민족으로 15세기 중반 에센 타이시와 17세기 말 갈단 칸의 치세에 강력한 유목 제국을 건설했다. 현 러시아 연방의 칼미크 공화국, 오늘날 몽골 공화국의 도르베트, 작친, 올로드 부락민, 오늘날 중국 신장의 토르구드 부락민이 오이라트의 직계 후손들이다. 몽골의 한 방언을 사용하며 서몽골 지역에 거주했기 때문에 현대 역사가들은 오이라트인을 종종 ‘서몽골인’이라고도 지칭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와 같은 통설에 의문을 제기한다. 13세기 초 역사의 무대에 등장한 오이라트와 몽골은 서로 기원부터 달랐으며, 14세기 이후에는 서로 다른 민족 집단으로 발전했다. 몽골 제국사 연구의 기본 사료라 할 수 있는 『몽골비사』와 『집사』는 모두 오이라트인을 몽골인과 구별하고 있다. 또한 14세기 몽골 제국 붕괴 이후 오이라트 집단은 몽골계 부락들과 비몽골계 부락들이 통합되었던 칭기스 울루스(민족)들과 달리, 서몽골고원에 거주하는 비몽골계 부락들로만 구성되었다.
현대 Y-염색체 DNA 조사 또한 몽골과 오이라트가 상이하고, 구분 가능한 민족 집단임을 입증해준다. 오이라트의 직계 후손 집단들은 Y-염색체 하플로그룹 C2b1a2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데 반해, 동몽골인이라 불리는 몽골인들과 카자흐인 사이에서 이 하플로그룹은 상대적으로 드물게 나타난다. 요컨데 4오이라트는 북원 몽골과 별개의 부계 조상을 가졌다.
오이라트와 몽골이 서로 다른 민족 집단으로 발전한 사실은 상이한 민족 정체성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북원 몽골인들은 오이라트를 ‘외적’이라 지칭하며 다른 민족으로 간주했다. 오이라트인들 역시 스스로를 몽골인들과 구분하며, 동류 의식을 가지지 않았음이 사료를 통해 확인된다. 양자 사이의 동류의식은 본래 같은 장소에서 살았다거나, 종교가 같다는 정도에 불과했다.
이상의 논의를 전개하며 저자는 사료의 정치한 분석은 물론, 최신 유전학 연구의 성과까지 활용하는 등 실로 다양한 학제를 횡단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최근 역사 연구에서도 학제를 넘나드는 연구 방식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만큼, 중앙유라시아사 연구자 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역사학도에게도 큰 시사점을 주는 연구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논문을 번역하는데 도움을 주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고 싶다. 우선 논문의 저자이신 이주엽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 올린다. 이주엽 선생님께서는 DBpia x 아카루트의 <논문번역지원사업> 관련 이야기를 듣자마자 흔쾌히 번역을 허락해주셨다. 게다가 이 주제에 대해 옮긴이의 지식이 깊지 못하여 옮긴이는 여러 차례 이메일로 질문을 보내 이주엽 선생님을 괴롭혔는데, 이주엽 선생님께서는 바쁘신 와중에도 번역 초고를 꼼꼼히 검토하고 여러 조언을 건네주셨다. 그럼에도 오류가 남아있다면 전적으로 옮긴이의 부족함 탓이다. 또한 중앙유라시아사의 탁월한 연구를 번역할 기회를 주신 DBpia와 아카루트에도 깊은 감사의 말씀 올린다.
전에 번역했던 이주엽 선생님의 논문 「몽골 제국과 포스트 몽골 시기 중앙아시아와 킵차크 초원에서의 투르크 정체성」에 이어서 이주엽 선생님의 또 다른 논문을 번역했다. 부흥카페를 통해 번역을 처음 공개했었던 전의 논문은 다행히 많은 분들께서 좋게 봐주어서 『중앙아시아연구』 26-2에도 게제되었고(DOI : 10.29174/cas.2021.26.1.009), 나중에는 한양대학교 아태지역연구센터 러시아 · 유라시아 연구사업단, 『유라시아 지역의 문화 혼종성과 상호 문화주의』 (서울: 민속원, 2021)에도 실렸다. 이번 논문도 앞의 것에 못지 않게 탁월한 성과이니, 마찬가지로 많은 사람들이 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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