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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터키의 민군관계 完 마치며

by hanyl 2020. 5. 19.

군부의 계도는 터키 공화국 정치의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군부의 계도라는 전통은 오스만 제국 말기에 시작되었다. 엄밀히 말해 이는 아타튀르크의 유산이라기보다는 독일인 장군 폰 데어 골츠와 연합진보회의 유산이었다. 물론 1950년대 이후의 터키 군부는 분명 1970년대의 라틴 아메리카나 그리스 군부와 달랐다. 이들은 권력을 잡거나 군사정권을 수립하려 들지 않았다. 터키 군부는 스스로를 세속주의의 수호자이자 국가 안보 그 자체로 보았다. 따라서 군부는 터키 정치를 주시하고, 때로는 개입하면서, 터키 정계에 군부의 존재를 제도화했다. 군부는 1960년, 1971년 그리고 1980년에 직접 정치에 개입했으나, 1997년 이후로는 정치에 손을 댈 수 없었다. 군부는 1960년 이후 최후통첩이나 담화 등을 통해 문민정부에 개입해왔다. 터키의 첫 민주화 실험은 1960년의 쿠데타로 끝났다. 그 결과로 등장한 헌법은 군부의 정치적 역할을 정당화했다. 군부의 정치화를 위한 씨앗은 그렇게 뿌려졌고, 이후의 개입을 정당화했다.

군부의 개입은 1971년, 1980년 그리고 1997년에 이루어졌지만, 그들이 약속한 어떤 것도 이루어내지 못했다. 정치적 안정도, 경제적 안정도 이루어지지 못하자, 매 개입시도마다 민간의 힘은 점점 강해졌다. 여기에는 크게 4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군인들도 이제 신자유주의 경제에 통합된 상태였다. 둘째, 국제적인 압박으로 군부의 정치적 역할이 크게 약화 되었다. 셋째, 친이슬람 성향의 관료들이 더이상 군부에 순종하지 않게 되었다. 넷째, 더이상 터키 시민들도 군부의 계도가 옳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정의개발당 정권의 정책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EU 개발 등의 이유를 들며 에르도안 정권은 터키 사회의 비군사화를 비군사화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룩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터키 사회에는 군부의 계도가 더이상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퍼진 상태였다. 터키가 빠른 속도로 세계화된 것이 그 이유였다. 이제 정치와 문화는 단순한 국내 문제로만 남아있을 수 없게 되었다. EU 가입을 위해서 군부는 터키 정치에 개입해서는 안 되게 되었다. 따라서 군부의 정치적 권력은 대내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림 8 엘리프 샤팍: 터키 출신 소설가. 한국에 소개된 샤팍의 소설로는 『이스탄불의 사생아』(한은경 옮김, 생각의 나무, 2009)와 『40가지 사랑의 법칙』 1, 2(한은경 옮김, 생각의 나무, 2010)이 있다.

들어갈때 지적했듯, 군부의 정치 개입은 터키 공화국의 민주화에 있어서 가장 큰 장애물이었다. 715 쿠데타 시도에서 보이듯, 터키 국민들은 단호하게 군부의 계도를 거부했다. 그러나 이것이 터키의 민주화가 완료되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엘리프 샤팍(Elif Şafak)이 지적했듯, 터키의 리버럴들은 에르도안이 “놀라우리만큼 권위주의적이고 위험하리만치 편향”되었다고 생각한다. 터키의 리버럴들은 에르도안 정권이 ‘선출’된 존재이기에 쿠데타를 지지하지 않았을 뿐이다. 715 쿠데타의 가장 큰 비극은 “이 사건에서 누구보다 쿠데타에 격렬히 반대한 터키의 리버럴들이 뒤따를 에르도안의 분노에 그 누구보다 심하게 시달리리라는 사실이다.” (Şafak, 2016)

참고문헌

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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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판

그림 1 골츠 파샤와 오스만 장교들 (Golç Paşa ile beraber). 출처: Pertev Demirhan, Generalfeldmarschall Colmar Freiherr von der Goltz: das Lebensbild eines großen Soldaten: aus meinen persönlichen Erinnerungen (Göttingen, Germany: Göttingen Verlagsanstalt, 1960), pp. 112–13.

그림 2 폰 데어 골츠의 《무장한 인민: 현대 군사학의 뿌리와 흐름》 오스만어판 표지.

그림 3 이스메트 이뇌뉘, 페브지 차크마크 그리고 아타튀르크 (1936년 10월 29일). 출처: Atatürk Gazi Mustafa Kemal, Cemal Işıksel (사진작가), Türk Tarih Kurumu Basımevi, Ankara, 1969. p.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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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케난 에브렌 장군. 출처: AFP / GETTY IMAGES

그림 6 쿠데타를 보고 받은 직후 에르도안이 터키 휴대 전화번호 전체에 발송한 문자메세지. 출처: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15_July-Erdo%C4%9Fan_SMS.jpg (2019년 11월 13일 확인)

그림 7 페이스타임으로 지지층에게 호소하는 에르도안. 출처: CNNTürk 방송

그림 8 엘리프 샤팍. 출처: https://www.elifsafak.com.tr/biography/ (2020년 5월 17일 확인)

표 1 1920년~1970년 밀 가격. 출처: Max Roser and Hannah Ritchie, “Food Prices,” Our World in Data: https://ourworldindata.org/food-prices (2019년 11월 18일 확인)

표 2 ‘터키의 기적’ 출처: Turan Subaşat, “The Political Economy of Turkey’s Economic Miracle,” Journal of Balkan and Near Eastern Studies, 16-2, p. 140.

표 3 터키 경제 개방성. 출처: Şevket Pamuk, “Economic change in twentieth-century Turkey: is the glass more than half full?” The Cambridge History of Turkey, vol. 4, p. 2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