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터키 공화국 수립 이후 젠더 문제 역시 격변을 맞이했다. 세속주의와 서구화를 지상과제로 삼은 아타튀르크와 그의 후계자들은 스위스 민법을 일부 개작하여 터키 공화국의 민법 초안으로 삼았는데, 스위스 민법은 남녀평등권을 중시했음으로 자연히 터키의 민법 또한 남녀평등권을 품게 되었다.(김대성, 2006: 263) 또 국민교육을 통해 여성 의식 자체도 성장하여, 앞선 언급한 법적인 여성 지위의 강화와 함께 터키 사회에서 여성 지위의 강화가 일어났다.(Arat, 2008)
마찬가지로 약탈혼의 양상 역시 크게 변화되었다. 이전의 약탈혼이 신부대금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남성측의 일방적인 해결책에 가까웠다. 따라서 종래 약탈혼은 중앙유라시아 세계건, 이슬람 세계건 부정적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현대 터키에서는 여성 자신의 의식발달과 함께 집안의 반대를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써 작동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현대 터키에 대한 묘사는 약탈혼은 가짜약탈혼으로써의 성격이 커진다. 하르트는 1940년대 후반부터 2004년까지 약탈혼을 통해 결합한 84쌍의 기혼자를 분석하여 연령층에 따라 약탈혼의 원인은 2가지로 파악했다. 고령층의 경우 그 부모가 딸에게 원치않는 결혼을 강요하자 그에 의한 충격에 의해 충동적으로 다른 남성과 도피한, 가짜약탈혼으로 자신들의 결혼을 묘사했다. 그보다 어린 나이의 약탈혼을 통해 결혼한 여성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남성과 결혼을 부모가 허락해주지 않은데 대한 대안으로 가짜약탈혼을 선택한 것으로 묘사했다. 특히 이들은 충동적으로 가짜약탈혼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선택가능한 대안들을 면밀히 고민한 뒤 몇 년이고 기다린 끝에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현대 크르그즈스탄이나 카자흐스탄에서 신부대금의 문제로 인해 약탈혼이 급증한 것과 대비되는 바이다.(Hart, 2010: 66-68)
현대 터키에서 약탈혼은 두 가지로 대별된다. 첫째는 진짜납치혼Kız kaçırma이고, 둘째는 가짜납치혼kaçışma이다.(Magnarella, 1969: 149) 어느 쪽이건 간에 신부측 가문의 명예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여진다. 만약 한 가정이 약탈혼을 당한다면 선택할 수 있는 방도는 3가지가 있다. 첫번째는 유괴범을 잡아 강간죄로 법정에 세우는 것이고, 두번째는 복수에 나서는 것이다. 마지막 방법은 그들의 딸이 유괴범과 결혼하게끔 조치하는 것이다. 어떤 경우이건, 유괴당한 여성이건, 사랑의 도피를 ‘선택’한 여성이건 심대한 결과를 맞이하게 된다.(Hart, 2009)
1984년부터 1989년 사이 사클리Sakli 지역에서 약탈혼을 통해 14쌍의 부부가 탄생했다. 그중 5쌍의 부부는 가족들에게 결혼을 인정받지 못하여 마을에 남아있을 수 없었다. 이들은 인근의 다른 마을이나 도시로 이주해야만 했다. 아내쪽은 혼수감çeyiz은 커녕 자신의 소지품도 챙겨나올 수 없었다. 남편쪽은 가문의 유산에 대한 권리를 모두 상실했다. 부부들은 대개 빈털털이로 고향을 떠나게끔 강요받았다.(Ilcan, 1994: 280-81)
1993년의 통계에 따르면 터키 기혼자의 26%가 배우자를 스스로 찾았고, 54%는 여성쪽의 동의는 없었으나 중매를 통해 결혼헀고, 14%는 여성의 동의도 얻은 중매혼이었다. 납치혼의 경우 6%에 해당했는데, 이 가운데 진짜 약탈혼과 가짜 약탈혼의 비율을 알수는 없다. 지역별로 나누어보면, 서부의 경우 기혼자의 9%, 남부는 6%, 중부는 4%, 북부는 8%, 동부는 4%가 납치혼에 의한 것이었다. 도시와 농촌으로 나누어보면, 농촌의 경우 9%, 도시는 5%가 납치혼에 의해 결합한 쌍이었다.(Remez, 1998: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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