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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초기 근대 제국으로서의 오스만 국가 Ⅰ 서론

by hanyl 2019. 4. 4.

Ⅰ. 서론

초기 근대Early Modern의 시작이라 할 수 있는 1500년대 초 중반의 기간 동안 전세계 각지에는 초지역적 국가들이 출연했다. 아메리카 대륙에서 잉카와 아즈텍 제국은 전성기를 보내고 있었다. 유럽에서, 튜더조 잉글랜드, 발루아조 프랑스, 에스파냐와 독일 중부에서는 합스부르크 제국이 태동했다. 중동과 북아프리카에서는 오스만조가 로마제국 이래 최대 영토를 확보했고, 러시아에서는 이반 뇌제를 필두로 몽골의 멍에를 벗어 던지고 제국이 건설되고 있었다. 페르시아에서는 사파비조가 새로운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하고 있었고, 티무르무굴조는 인도 아대륙의 대부분을 장악해나가고 있었다. 중국은 명조 아래에 번성하고 있었고, 일본은 도쿠가와 막부가 성립하였다. 동남아의 시암, 버마, 베트남에서도 제국들이 성립하고 있었다. 초기 근대에 세계 각지에 출연한 제국들에게서는 공통적인 특징이 여럿 존재한다. 광대한 영토를 관통하는 행정적 중앙집권화, 의도적인 다민족성과 민족 경계의 초월, 그리고 공격적인 공간적 팽창주의가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Lowe, 2014: 132).

근세 제국들의 공통점을 찾는 연구에 있어 시발점이 된 것은 ‘화약제국gunpowder empire’ 이론이라 할 수 있다. 화약제국론을 최초로 제기한 것은 마셜 호지슨과 윌리엄 맥닐로, The Venture of Islam의 한 장으로 이 내용을 다루었다. 그에 따르면 칭기스 칸의 몽골제국이 붕괴한 뒤 15세기부터 16세기까지의 기간에 출연한 세 개의 거대한 이슬람제국들, 인도의 무굴제국, 이란의 사파비제국, 중동의 오스만제국이 공통적인 구조와 절차가 존재했음을 발견했다 (Perdue, 1998: 258-59).

유라시아의 육상제국들

화약제국 이론은 이슬람 세계 연구자들에게 영향을 끼쳤지만, 동아시아의 청조를 연구하는 학자들에게 더 큰 영향을 끼쳤다. 퍼듀와 같은 학자는 오히려 이 목록에, 비슷한 시대 유라시아 각지에 존재했던 대륙 기반 제국들, 모스크바-러시아 제국, 명-청 제국, 중앙유라시아의 준가르 제국 등을 포함하기까지 하였다 (Perdue, 1998: 259). 잭 골드스톤은 한 발 더 나가 16, 17세기 근세 국가들에게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인구구조적 변화에 주목, 이를 비교하여, 영국, 프랑스, 명조 중국, 오스만 제국에서 공통성이 존재하였음을 입증하였다 (Goldstone, 1988).

이러한 연구성과는 한국에도 여러 차례 소개되었다. ‘신청사’로 대표되는 연구가 대표적인 예이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초기 근대 제국들의 비교사적 연구의 시발점이 된 근세 이슬람 제국들에 대한 비교연구는 한국에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지구상의 모든 정치 · 사회 조직들은 그들만의 우연한 조합들로 특수하게 형성된 것이다. 그러나 그러면서도 각 집단은 다른 지역의 국가, 사회, 경제와 공유하는 부분이 많다. 즉, 일반적 양식들은 예상할 수 있고, 그러한 양식 안에서 한 집단의 특수성이 구체적인 우연들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본고의 목표는 비교사적 시각을 통해 근세 오스만 제국을 조망하고, 그 속에서 어떤 공유점과 특수성이 존재했는지 알아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