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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피터 프랑코판, 《실크로드 세계사》

by hanyl 2019. 4. 6.

피터 프랭코판, 《실크로드 세계사: 고대 제국에서 G2 시대까지》, 이재황 옮김, 책과함께, 2017. (Peter Frankopan, The Silk Roads: A New History of the World, Bloomsbury Publishing, 2015)

1.

‘교류’의 역사라는 부제를 달아도 좋을 것 같다. 피터 프랭코판은 실크로드라는 지리적 배경을 통해 이루어져 온(그리고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는) 교류에 대해서 책을 썼다.

그런데, 이 ‘교류’라는 것이 꼭 평화롭고 낭만적이지는 않다. 알렉산드로스의 원정에서 책이 시작되는 것이 이런 점을 잘 보여준다. 그 뒤의 이야기들도 그리 낯설지 않다. 초창기 기독교가 조로아스터교, 유대교, 불교와의 경쟁하며 실크로드를 통해 확장되고, 실크로드에서 이슬람의 반격에 얻어맞는다. 노예 무역이 실크로드의 일부 경로를 확장시키고 유지시킨다. 어떤때는 동방에서 서방으로 치고 들어오기도 한다 (몽골). 지금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미국의 테러와의 전쟁, 이라크 전쟁, 러시아의 크림 전쟁, 중앙아시아의 혁명(시도)들, 신장 위구르인들의 투쟁 등.

문득 생각해보면, 당연한 일이다. 실크로드도 사람이 사는 세계다. 굳이 부정적으로 폄하해가며 볼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들보다 더 개방적이고 타인과 잘 교류한다는 식으로 더 긍정적으로 볼 필요도 없다. 중앙유라시아가 세계가 중심이었다고 해서 꼭 세상이 더 평화롭고 아름답지 않았고, 지금 변방으로 밀려났다고 해서 세계가 더 나아진건 아니다.

2.

중앙유라시아를 중심으로 둔 책을 보면 구성이 좀 뻔하다. 지리 환경에 대한 설명에서 시작해서 유목민이나 오아시스 정주민의 생활에 대해 설명한다. 그리고 중앙유라시아 세계를 중심으로 한 국가들이나 왕조들에 대한 서술이 이어지고, 근대 들어와서는 그 국가들의 몰락에 대해 다룬다.

근데 이 책은 좀 다르다. 각 시대별로 특히 눈에 띄는 교류 양상에 대해서 설명한다. 예를 들어, 첫 장에서는 알렉산드로스의 원정에서 시작해서, 로마-파르티아 전쟁에 대해 주로 다루다가, 로마의 문물을 충실히 받아들인 페르시아의 반격으로 마친다. 2장, 3장, 4장, 5장은 실크로드를 통해 이루어진 기독교의 확장에서 시작하여 이슬람의 확장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6장과 7장은 각각 모피 무역과 노예 무역을 다루고 있다. 이후의 장들 역시 때로는 전쟁, 때로는 종교, 때로는 교역 등, 다양한 각도를 통해 실크로드를 묘사한다.

3.

초기 이슬람 세계의 확장에 대해서 아는 바가 적었다. 무함마드 사후 기이할 만큼 폭발적으로 확장했다는 정도가 내가 아는 전부였다. 이 책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러나 최근에 고문서학이 발달하고 새로 문서 조각들이 발견되며 기록물을 해독하는 방법이 점점 정교해지면서, 이 엄청난 역사 시기에 대해 오랫동안 지녀왔던관점들이 변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이슬람 전승에서는 무함마드가 632년에 죽었다고 했지만, 최근 학자들은 그가 좀 더 오래 살았다고 주장한다. 7세기와 8세기에 나온 복수의 자료들은 한 카리스마 넘치는 설교자가 아랍 군대를 지휘해서 예루살렘 성문 안으로 진격해 나아가라고 격려하고 있었음을 임증해 준다. 바로 그 인물이 무함마드라는 주장이 최근 제기되고 있다.82
82 D. Gutas, Greek Thought, Arabic Culture: The Graeco-Arabic Translation Movement in Baghdad and Early 'Abbasaid Society (2nd-4th/5th-10th c.) (London, 1998); R. Hoyland, “Theonmestus of Magnesia, Hunayn ibn Ishaq and the Beginnings of Islamic Veterinary Science,” in R. Hoyland and P. Kennedy (eds.), Islamic Reflections, Arabic Musings (Oxford, 2004), pp. 150-69; A. McCabe, A Byzantine Encyclopedia of Horse Medicine (Oxford, 2007), pp. 182-4.”

솔직히 비잔틴사 전공자라 실크로드의 다른 지역이나 시대 서술에 대해 좀 조마조마하면서 읽고 있었다. 근데 이 단락 읽고 엄청나게 공부하는 사람이구나 했다. 여하튼, 나중에 관련된 책이나 논문을 읽어보면서 더 찾아봐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