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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Streusand, Islamic Gunpowder Empires

by hanyl 2019. 5. 3.

Streusand, Douglas E. (2011). Islamic Gunpowder Empires: Ottomans, Safavids, and Mughals. Westview Press. 400 pages.

마셜 호지슨의 저서, Venture of Islam은 이슬람사 연구의 지평을 바꾸었다. 그러나 초기 근대의 오스만 제국, 무굴 제국 그리고 사파비 제국에 대해 다룬 마지막 3권의 경우, 호지슨의 때이른 죽음(1968년)으로 인해 그 완성도가 떨어졌다 (그럼에도 세계사 연구에 큰 흔적을 남겼는데, 이에 대해서는 전에 쓴 “초기 근대 제국으로서의 오스만 국가 Ⅰ 서론” 참고). 스트라이샌드는 Islamic Gunpowder Empires을 통해 호지슨의 초기 근대 이슬람사에 대한 방대한 스케치를 완성하려 했다. 그러나 스트라이샌드는 호지슨의 ‘화약 제국’ 개념에 갇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금 호지슨과 맥닐의 ‘화약 제국’ 가설은 충분히 정밀한 설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이제 ‘화약 제국’이라는 표현은 ‘화약 무기로 세워진 제국’이 아니라 ‘화약 시대의 제국’을 의미한다.” (3쪽; 따라서, 본문에서는 책의 제목을 언급할 시 영어 원제가 아니라 《화약 시대 이슬람 세계의 제국들》이라 적겠다)

책의 첫번째 장은 서문으로, 스트라이샌드는 오스만 제국, 사파비 제국, 무굴 제국이 서로 다른 지정학적, 사회적, 경제적 조건을 지니고 있었으나, 유사한 정치적, 군사적, 행정적 문제에 봉착하여, 유사한 정치, 제도적 관행으로 나아갔다고 주장했다. 2장, “공통의 유산, 공통의 딜레마”에서는 세 제국이 직면한 문제에 대해서 서술했다. 정치적으로, 압바스 칼리프제의 붕괴 이후 통치 정당성의 원천이 사라졌으며, 튀르크·몽골의 분봉 전통으로 인해 안정성이 크게 떨어졌다. 경제적으로는 건조지대의 사막화로 생산성이 크게 떨어졌다.

3장, 4장, 5장은 각각 오스만 제국, 사파비 제국, 무굴 제국에 대한 내용이다. 각 장은 ① 연대기 ② 정치 관념 ③ 군사 제도 ④ 중앙 행정과 지방 행정 ⑤ 경제 ⑥ 사회 ⑦ 문화 ⑧ 진화(오스만 제국) / 몰락(사파비 제국과 무굴 제국)의 순서로 서술되었다. 스트라이샌드의 서술에 따르면, 세 제국은 각기 직면한 유사한 문제에 대해 서로 다른 방법으로 접근하였으나, 결과적으로 유사한 정책을 수행하였다. 통치정당성의 문제에서, 오스만 제국은 변경의 가지, 이란·이슬람 세계의 전사, 튀르크·몽골 세계의 칸, 로마 황제, 천년 왕국 운동가 등의 모습으로 군주의 통치 정당성을 마련했다. 사파비 제국의 경우 반半수피 지도자로서 영적 권위를 통해 통치 정당성을 마련하였고, 무굴 제국의 경우 티무르와 바부르 그리고 악바르의 성공을 활용하여 통치 정당성을 마련하였다. 오스만조가 시작한, 왕조의 남성들을 살해하는 관례는 세 제국 모두에서 공통적으로 관찰되었다. 또한 각기 정도는 달랐으나, 봉토 소유의 체계화를 통해 안정성과 중앙집권화를 달성하였다.

책의 특징은 두 가지 정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첫번째 특징은 한 장에 한 제국에 대해서만 서술한 것이다. 반면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주제와 내용으로 출간된 스티븐 데일Stephen F. Dale의 The Muslim Empires of the Ottomans, Safavids, and Mughuls (Cambridge University Press, 2010)은 각 주제에 따라 장을 나누었다. 서술 방식에 대해서는 일장일단이 있겠으나, 나의 경우 스트라이샌드의 방식이 좀 더 읽기 편했다. 두번째 특징은 군사사와 정치사 부분에 집중한 것이다. 안 그래도 방대한 주제에 다른 부분들까지 자세히 서술되었다면 책의 분량은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을 것이다. 또한 스트라이샌드는 참고 문헌에 에세이를 추가하여, 각 부분에 대해 더 알아볼 수 있는 길을 제공하였다.

책을 읽으며 아쉬웠던 점은 2가지 정도가 있다. 우선 각주가 아주 적다. 분량적으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 오스만 제국에 대한 서술은 100쪽에 육박하는데, 각주는 두쪽에 불과하다. 사파비 제국이나 무굴 제국의 경우 각주가 한바닥 밖에 안된다. 두번째 아쉬운 점은 사소한 오류가 꽤 존재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74쪽에서, 스트라이샌드는 무스타파 1세가 아흐마드 1세보다 형이라고 잘못 적었는데, 이에 대해 55쪽에서는 똑바로 적었다. 또한 93쪽에서 다뤼스사아데 아아스darüssaade ağası와 카프 아아스kapı ağası를 백인 환관장에 대한 서로 다른 표기라 적었으나, 각각 흑인 환관장과 백인 환관장의 직책이었다. 또한 17세기 오스만 제국에서 일어난 카디자델리Kadizadeli 운동(현대 터키어 카드자델리Kadızadeli 운동)에 대해 계속해서 카디젤리Kadizeli라고 오기하였다 (130쪽). 또한 ‘principal’과 ‘principle’을 계속 혼동하였다 (12쪽, 39쪽, 128쪽).

그러나, 이런 사소한 오류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화약 시대 이슬람 세계의 제국들》은 좋은 책이다. 포스트 몽골 시대 이슬람 세계의 주요 3 제국에 대해서 이정도로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쉬운 책을 원한다면, 앞에서 언급한 스테판 데일의 책과 함께, 최선의 선택지가 되리라 생각한다.

* 2019년 2월 13일, 직접 구매하여 독서 시작, 5월 2일 일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