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식 (2019). 《여든아홉이 되어서야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 박제된 역사 뒤 살아 있는 6·25전쟁 이야기》. 알에이치코리아. 200쪽.
역사를 좋아하고 그에 대한 책을 읽는 것은 좋아하지만, 개개인에 대해서 공부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사료를 직접 읽는 것은 꺼리는 편이다. 자서전이나 회고록도 거의 읽지 않았던 것 같다. 항상 책이나 논문 같이 정제된 기억을 통해 과거를 바라봐왔다.
한국전쟁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가까운 역사이지만, 따로 책을 읽어본 기억은 없다. 가족을 통해 들을 수도 있었겠지만, 따로 물어보지는 않았다. 가끔 흘러가듯 들은 옛날 이야기 같은 몇가지만이 생각난다.
요즘 들어서는 생각이 조금 변했다. 관심을 가지지 않을 일이 아니다. 어떤 점에서는 가장 가까운 가족들이 살아갔던 시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을 읽는 경험은, 여러모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는 기회였다.
한 병사의 기억이었던 점이 특히 좋았다. 어떤 점에서는 주변 사람의 이야기와 같이 느껴졌다. 문장도 소박하고 큰 과장이 없어서 더 가깝게 느껴졌다. 본래 글쓴이가 수기로 적었던 일기도 이렇게 간략했던 것인지, 이를 정리한 손녀나 편집진의 솜씨인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좋았다.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책의 뒤쪽에 제시되었듯, 본래 글쓴이의 일지에는 직접 그린 그림이 포함되어있었다. 책의 내용도 소략한데, 몇가지 정도는 본문에 포함되었다면 이해에 더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또, 일러두기를 통해 간략해 당시 상황을 설명해주었지만,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수기의 흐름을 끊지 않기 위함이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짤막하게라도 본문에서 더 상세한 설명이 있었다면 좋았을 것이다.
“살아온 이야기를 쓰면 책이 나올 것이다”라고들 말씀하시는 어른들이 많다. 아마 정말 그럴 것이다. 하지만 그걸 진짜 실행하는 어른은 적다. 그런 면에서 한준식 어르신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또, 그걸 퍼뜨린 손녀분도 존경스럽다. 나는 그정도까지는 못하겠지만, 이번에 집에 내려가거든 할머니의 삶에 대해 좀 더 물어봐야겠다.
* 본 서평은 네이버 《역개루 카페》의 서평 이벤트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좋은 기회를 주신 출판사 알에이치코리아와 《역개루 카페》 운영진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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