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하 (2019). 《서양 근세 초의 새로운 모습: 시대구분 이론·근세 초 특징·카를 5세 시대 유럽과 함께》. 신서원. 300쪽. 22,000원.
신서원의 책을 많이 읽어 본 것은 아니다. 다만 몇 권을 읽으면서 날것의 향기를 느꼈다. 특히 스기야마 마사아키의 《몽골 세계제국》은 그런 점이 꽤 좋았다. 읽는 내내 문체가 묘하다 싶으면서도 재미있어서 단박에 끝까지 읽었을 정도였다. 역사 관련 책을 읽으면서 읽는 맛이 난다는 생각을 한 몇 안되는 경우였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읽다보면 엄청 잘 정돈된 연구서라기 보다는 강의록처럼 느껴졌다. 오타도 종종 보이고 어색한 표현도 눈에 보인다. 저자 개인의 경험도 간간히 끼어들어 있다. 꼭 연륜 넘치는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것 같았다. 분위기가 슬 나른해질때쯤 본인의 ‘썰’을 풀면서 환기시키는, 그런 느낌.
책은 총 5개 부로 나누어진다. 1부와 2부에서는 중세를 개관한다. 특히 1부 2장에서는 (신성로마) 황제와 교황의 대립을 통해 초기 근대의 세계가 중세와 어떻게 달랐는지를 보여준다. 2부에서는 서양사에서 시대구분 이론의 등장 배경과 대표적인 5개 사례를 얼마간 설명해준다. 3부와 4부는 초기 근대 유럽 각국에 새롭게 등장한 군주상과 문화를 다루었다. 후아나 1세와 카를 5세, 헨리 8세를 비롯한 튜더 왕가의 군주들, 그리고 크롬웰 등에 대한 서술이 각 장별로 펼쳐진다. 마지막 5부에서는 종교 개혁기에 대해 다룬다. 마르틴 루터는 물론이고, 에라스뮈스나 마키아벨리 등이 제시한 정치 이론, 스위스, 프랑스, 네덜란드의 종교 개혁, 이냐시오 데 로욜라를 중심으로 한 가톨릭의 종교 개혁이 주된 내용이다.
각 부와 장은 내용적으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지만, 서술 상으로는 각각 따로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1부의 2장이나 4부는 이야기체에 가까운 형태라서 다른 부보다는 가벼운 호흡으로 읽을 수 있었다. 초기 근대 서양을 다루기에 복잡·다양한 사건이 점철된 책의 내용 상, 이런 부분이 없었다면 읽기에 지루했을지 모르겠다.
내용적으로는 노학자의 긴 연구 경력의 한 정리라는 표현이 좋을 것 같다. 최근의 연구서들을 풍부히 참조하기 보다는 19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독일을 중심으로 한 서구 세계의 연구 성과를 주로 참조했다. 다만 따로 정리된 참고문헌이 없어서 아쉬웠다. 더 공부를 하려면 각주를 일일히 따라가면서 찾아가야한다는 건데, 못할 일은 아니지만 귀찮다. 하여튼, 꼭 난 최신 담론을 쫓아가야겠어라는 생각이 없다면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는 책이다.
* 2019년 10월 30일,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서 읽기 시작. 11월 5일, 일독 완료. 6일,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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