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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산지브 산얄, 《인도양에서 본 세계사》

by hanyl 2019. 12. 15.

산지브 산얄 (2019). 《인도양에서 본 세계사》. 류형식 옮김. 소와당. 406쪽. 25,000원.
Sanyal, Sanjeev (2016). The Ocean of Churn: How the Indian Ocean Shaped Human History. Penguin Random House India.

비전문가가 적은 역사 관련 도서는 정말 오래간만에 읽는 것 같다. 인도(양) 관련 역사책도 거의 읽지 않았다 (퍼시벌 스피어의 《인도 근대사》 정도만 있나 싶다). 적고 보니 편식이 되게 심하구나 싶네.

비전문가가 적은 책이라고 하지만, 깊이가 그리 얕지는 않다. 특히 선사시대쪽 각주들을 보면 저자가 꽤 다양한 책이나 논문을 많이 공부했구나 싶다. 금융 시장에서 오래 활동한 산지브 산얄의 경력 덕분인지, 경제사 관련 서술은 내공도 내공이지만, 또 재미있기까지 하다. 인도 독립 운동에서 무장 투쟁 노선을 걸었던 가문 출신인 덕분에 수집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증언이나 시각도 참고할만하다.

단점이 없지는 않다. 저자 소개에서부터 느낄 수 있겠지만, 힌두 민족주의의 그늘이 짙다. 불교나 이슬람 등 타종교나 타문화에 대한 우월의식이 표출되지는 않지만, 크게 2가지 집단은 책에서 집중 포화의 대상이다. 튀르크·몽골계 세력들은 책에서 제2의 원쑤이다. 제1의 원쑤는 물론 처칠을 비롯한 서구 제국주의 세력이고. 364쪽에 적힌 벵골 대기근 관련 서술이 대표적인 예이다. 여기서는 아예 마두스리 무케르지(Madhusree Mukerjee)의 Churchill’s Secret War: The British Empire and the Ravaging of India during World War II를 인용했을 정도다.

번역이나 편집도 좋았다. 한국어로서 불안하다 싶은 문장은 못 본 것 같다. 소와당 출판사의 책 디자인은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것 같다. 소와당에서 펴낸 책을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디자인적으로 일관성이 느껴진다. 출판사에서 시그니처 디자인? 또는 양식?을 바라본 적은 없었는데, 되짚어 생각하면 왜 없었나 싶다. 다만 76쪽의 ‘쿠치의 란’(Rann of Kutchh)을 란오브쿠치으로 옮기거나 358쪽에서 인도 최고 정예 군단이 롬멜 휘하로 파견되었다는 오역 등 사소한 아쉬움은 있었다.

결론적으로 책은 꽤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관련 지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한번쯤 읽어 볼만한. 하지만 몇가지 단점도 있으니, 주의깊게 읽어야 겠다.

:)

* 2019년 11월 15일에 선물받았다. 16일에 일독을 시작했고, 18일에 끝냈다. 24일에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