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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초기 근대 제국으로서의 오스만 국가 完 결론

by hanyl 2019. 4. 4.

​Ⅵ. 결론

종래의 학자들은 오스만 제국을 서양 국가들의 격렬한 제국주의적 침략을 받은 피해자로 묘사했다. 물론 이런 묘사는 어느 정도 타당하다. 그런데 정작 오스만 제국이 제국주의적 수법을 어느 정도 사용했는지에 대해서는 얼버무리고 넘어가려는 경향이 있다. 오스만 제국은 최소한 19세기 초반까지는 그 수법을 매우 잘 활용했다. 본고에서 다루려 노력했듯이, 오스만 국가는 여러모로 독특하긴 하나 초기 근대 아프로-유라시아 대륙 각지에 생겨난 제국들과 마찬가지로 광대한 영토를 관통하는 행정적 중앙 집권화, 의도적인 다민족성과 민족 경계의 초월, 공격적인 공간적 팽창주의를 가지고 있었고, 이것이 오스만 제국이 성공하고 또 장기 유지된 이유이다. 오스만 제국은 더 이상 피해자 또는 이례적인 사례로 보일 필요가 없다. 오히려 오스만 제국은 대략 같은 시대에 아프로-유라시아 대륙에 생겨났던 초기 근대 제국들(무굴 제국, 로마노프 제국, 대영 제국, 대청 제국 등)의 하나로 묘사될 수 있다. 오스만 제국은 서구화 속에서도 이런 특징을 멸망까지 유지했다.

19세기 초 그리스 독립을 시작으로 오스만 국가의 역사는 영토 상실의 연속이었다. 19세기 말 베를린 조약으로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루마니아는 독립국가가 되었고, 보스니아와 헤르체고비나는 사실상 오스트리아가 통치하게 되었다. 영국은 키프로스 섬을 얻었고, 프랑스는 튀니스를 점령했다. 1911 ~ 1912년의 트리폴리타니아 전쟁에서도 오스만 제국은 패배했고, 1912 ~ 1913년의 발칸 전쟁에서는 유럽 지역의 영토 대부분을 상실했다. 오스만 제국의 유럽 지역 영토는 에디르네와 이스탄불 사이의 해안에 면한 작은 평원으로 국한되어 있었다.

따라서 후기 오스만사 연구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의 하나는 오스만 제국은 왜 몰락했느냐는 것이다. 종래에는 원인을 민족주의의 광풍에서 찾았다. 민족주의와 민족 국가가 탄생한 것은 20세기 초로, 서양에서도 그리 오래전 일은 아니였다. 국가에 대한 의식적인 개념은 17세기에 국가를 세운 왕가들, 즉 브란덴부르크-프로이센의 호엔촐레른 왕조, 프랑스의 부르봉 왕조, 그리고 스웨덴의 구스타프 2세 아돌프에 의해 처음으로 형태를 갖추었다. 대중들의 민족주의에 대한 감정은 프랑스 혁명 때부터 생겨났을 것이고, 1848년에 유럽에서 발생했던 혁명들 와중에 더욱 광범위하게 확산되어 20세기가 되어서야 완전한 진전에 이르렀다. 그러나 튀르크, 아랍, 아르메니아, 쿠르드 민족주의 가운데 그 어느 것도 1914년 이후 멸망에 직면한 오스만 제국을 민족주의의 벼랑으로 떨어뜨리지 않았다. 어떤 아르메니아인들은 분리된 국가를 요구했지만 압도적인 다수는 오스만 체제를 계속 선택했다. 극소수의 쿠르드인들만이 자치를 논의했다. 소수의 아랍인 지도자들은 보다 높은 수준의 자치권을 가진 지역주의를 촉구했지만, 대부분의 아랍인들은 오스만 정치 조직 안에 남아있기를 바라는 것처럼 행동했다. 요컨데, 대다수의 오스만 신민들은 종교와 종족을 막론하고 오스만 신민으로서의 그들의 정체성을 유지했다. (Quataert, 2008: 293-95)

오히려 오스만 제국의 멸망은 초기 근대 제국이라는 정치 조직의 형태가 맞이한 한계에 따른 멸망으로 보는 것이 옳다. 기술적으로 변화된 20세기의 세계 속에서 이러한 근세 정치 조직의 형태는 다른 실패 요인들 중에서도 급격한 규모의 비용 증대로 인한 어려움을 겪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오스만 제국을 근세에 대륙을 기반으로 한 아프로-유라시아 제국의 전형적인 사례로 본다면, 1922년까지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계속해서 분할되고, 결국 소멸한 것은 시기적절했다고 말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초기 근대 제국으로 남아있던 중국의 청조는 오스만 제국의 소멸 몇 년 전인 1911년에 멸망했고, 러시아의 로마노프 왕조는 1917년에 붕괴했다.

돌마바흐체를 떠나는 메헴메드 6세 (출처: 위키커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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