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131 터키의 민군관계 完 마치며 군부의 계도는 터키 공화국 정치의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군부의 계도라는 전통은 오스만 제국 말기에 시작되었다. 엄밀히 말해 이는 아타튀르크의 유산이라기보다는 독일인 장군 폰 데어 골츠와 연합진보회의 유산이었다. 물론 1950년대 이후의 터키 군부는 분명 1970년대의 라틴 아메리카나 그리스 군부와 달랐다. 이들은 권력을 잡거나 군사정권을 수립하려 들지 않았다. 터키 군부는 스스로를 세속주의의 수호자이자 국가 안보 그 자체로 보았다. 따라서 군부는 터키 정치를 주시하고, 때로는 개입하면서, 터키 정계에 군부의 존재를 제도화했다. 군부는 1960년, 1971년 그리고 1980년에 직접 정치에 개입했으나, 1997년 이후로는 정치에 손을 댈 수 없었다. 군부는 1960년 이후 최후통첩이나 담화 등을 통해 문.. 2020. 5. 19. 터키의 민군관계 Ⅵ 에르도안주의와 군부 계도의 끝 복지당 해산 명령이 내려지기 직전, 복지당을 구성하던 정치인들 다수는 1997년 12월 17일 미덕당(Fazilet Partisi)을 창당했다. 미덕당에는 모국당의 일부 국회 의원이 가세하여 총 의석수는 146석이 되었다. 사실상 미덕당은 복지당의 이름만이 바꾸어 만든 정당이었고 그 구성원과 정치노선은 대동소이했다. 복지당은 본래 민족적 가치론자(Milli Görüçü)를 자처하며 보수민족집단을 이루었다. 이들은 당수 에르바칸을 ‘호자(Hoca)’라 부를 만큼 이슬람 전통을 강조했다. (김대성, 2008: 6-7) 그러나 미덕당 창당을 전후로 미덕당 내부에서는 당내 소장파를 중심으로 에르바칸 일파에 대한 비판이 시작된다. 소장파는 에르바칸이 표방하는 보수성향의 민족적 가치론자의 노선은 수정될 필요가 있다.. 2020. 4. 29. 리반엘리, 《살모사의 눈부심》 쥴퓨 리반엘리 (2002). 《살모사의 눈부심》. 이난아 옮김. 문학세상. 231쪽. Livaneli, Zülfü (1997). Engereğin Gözündeki Kamaşma. Can Yayınları. 208 Pages. 나는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저자는 이 책이 “역사 소설 범주엔 들어가지 않습니다. 단지 역사를 장식으로 삼았다고 할 수 있지요”라고 말했다. 내가 보기에, 역사를 장식으로 삼지 않으면 좋은 역사 소재 창작물이 나오기 힘들다. 그래서 난 《살모사의 눈부심》이 최고 수준의 역사 소설이라고 생각한다. 정말로 책의 많은 내용이 역사를 장식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책에서 언급된 일화들은 17세기 오스만 제국에서 일어난 일들을 한데 섞은 점이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술탄 만세”의 .. 2020. 4. 17. 터키의 민군관계 Ⅴ 권위주의 헌법의 그늘 1980년 9월 12일, 터키공화국 역사상 두 번째 군부의 쿠데타가 발생하여 또다시 의정이 중단되었다. 케난 에브렌(Kenan Evren) 참모총장을 비롯한 5인의 군인으로 구성된 국가안보회의(Millî Güvenlik Konseyi, MGK)가 다수당제에 의한 양원제 입법부를 가진 민주공화국을 일시에 장악했다. 이들은 근 10년 동안 심해져가는 정치적 폭력, 경제의 후퇴, 폭력적 노동쟁의, 무능한 연립내각 등으로 인해 혼란하고 피폐해진 국가를 구하고 민주정치의 기초를 재확립하겠다고 선언하며 모든 정당과 노동조합을 해산시켰다. 대학 역시 엄격하게 통제하여, 많은 교수들이 해직당했다. 전국에 계엄령이 선포되고 테러단체가 소탕당했다. 그리하여 케난 에브렌 사령관을 필두로 한 고위급 장성들로 구성된 국가안보회.. 2020. 4. 11. 훈 제국에서 헝가리까지 〈불가리아 왕후표〉: 흉노에서 불가리아까지 10년쯤 전에 훈 제국과 헝가리가 관련이 있다는 썰이 떠돌았다. 근거 가운데 하나가 HUNgary의 HUN이 HUN 제국에서 왔다는 것이었다. 김태권의 《십자군 이야기》 1권 초판에도 이런 썰이 있다는 정도의 언급이 있었으니, 나름 한 시대를 풍미한 썰이라 할 수 있겠다. 우선 HUNgary의 HUN이 HUN 제국에서 나왔다는 이야기는 사실일 가능성이 낮다. 다양한 설이 존재하지만, 대체로 학자들은 헝가리라는 말이 튀르크어 온오구르(On-Oğur)에서 나왔다고 본다. 온(On)은 튀르크어에서 ‘10’을 뜻한다. 오구르(Oğur) 역시 튀르크어인데, 오구즈(Oğuz)의 이형으로 ‘부락들’이라 새길 수 있다. 즉, 온오구르란 말은 10개 부락의 연맹체로 해석할 수 .. 2020. 3. 29. 설혜심, 《인삼의 세계사》 설혜심 (2020). 《인삼의 세계사: 서양이 은폐한 ‘세계상품’ 인삼을 찾아서》. 휴머니스트출판그룹. 《인삼의 세계사》 내용은 크게 2가지 흐름으로 전개된다. 첫째는 인삼을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어느 세계체제의 역사를 추적해나간 것이다. 둘째는 하나의 세계체제에서 중심축이 될만큼 중요했던 인삼에 대한 연구가 왜 약리학적 분야에 한정되고, 인문학적 연구는 덜 진행되었는가를 밝혀내는 것이다. 두번째 주제는 첫번째 주제의 흐름에 부속된 면모가 있기 때문에 칼로 베듯 나누긴 어렵긴 하지만. 때문에 책을 읽으면서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스벤 베커트의 《면화의 제국: 자본주의의 새로운 역사》(김지혜 옮김, 주경철 감수, 2018)을 생각했다. 하나의 상품을 중심으로 여러가지 세계체제가 존재했고, 그것이 차츰 서구를 .. 2020. 3. 13. 워렌 트레드골드, 《비잔틴 제국의 역사》 워렌 트레드골드 (2003). 《비잔틴 제국의 역사》. 박광순 옮김. 가람기획. 400쪽. 13,000원. Treadgold, Warren (2001). A Concise History of Byzantium. Palgrave. 부당할 정도로 평가절하된 책. 특히 번역과 관련해서 많은 비판을 받아온 책으로 알고 있는데, 과장된 바가 많은 것 같다. 주술 관계가 어색하거나 번역투가 과다한 문제나 저자가 영어로 의역한 고유명사를 그대로 음역하는 것 같이 아쉬운 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의미 해석이 안될 정도로 엉망인 부분이 보이지는 않았고, 몇몇 부분에서는 학술서다운 품격이 느껴지는 문장도 있었다. 초벌번역 후 편집 과정에서 좀 더 세심한 손질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생기는 정도. 문제가 없는 것.. 2020. 3. 7. 한글라이즈: 외래어 자동 한글화 사이트 한글라이즈 Hangulize는 자동으로 외래어를 한글로 변환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바로 이 페이지에서 작동시킬 수 있습니다. 위 입력창에 외래어 단어를 입력해보세요. 선택한 언어의 외래어 표기 규칙에 따라 변환된 한글 표기를 볼 수 있습니다. hangulize.org 국립국어원에서 정한(발표한?) 외래어 표기 원칙과 시안에 따라 자동으로 외래어를 한글로 변환해주는 사이트. 최근 블로그에 작성하는 글도 되도록이면 이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용례에 따르고 있다. 2020. 2. 12. 〈불가리아 왕후표〉: 흉노에서 불가리아까지 1866년, 러시아 제국의 안드레이 니콜라예비치 포포프(Андре́й Никола́евич Попо́в, Andrey Nikolayevich Popov)는 “러시아 고문서의 재발견(Обзор хронографов русской редакции, Obzor Chronographov russkoi redaktsii)”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이 논문을 통해 〈불가리아 왕후표〉(Именник на българските ханове, Imennik na bulgarskite khanove, Name List of the Bulgar Khans)의 존재가 처음 알려지게 되었다. 현존하는 사본은 3가지인데, 두종은 모스크바에, 한종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소장되어있다. 세 사본 모두 러시아어로 작성되었는데, 15세기 .. 2020. 2. 3. 이전 1 ··· 4 5 6 7 8 9 10 ··· 15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