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분류 전체보기131

주디스 헤린, 《비잔티움》 주디스 헤린 (2010). 《비잔티움: 어느 중세 제국의 경이로운 이야기》. 이순호 옮김. 글항아리. 671쪽. 38,000원. Herrin, Judith (2007). Byzantium: The Surprising Life of a Medieval Empire. Allen Lane. 주제별 분류를 좋아하지 않는다. 큰 틀에서 흐름을 조망하기 어려운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보기에, 연구서라면 당연히 장점이 되는 방식이지만, 일반적인 역사 애호가의 시각에서는 단점이 더 크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생각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 피터 프랭코판의 《실크로드 세계사》를 읽으면서 처음 그런 느낌을 받았다. 세심히 선택된 주제로 책을 잘 이끌어나간다면 미시적인 세세함과 거시적인 통찰력, 두 가지 모두.. 2019. 12. 13.
오르한 파묵, 《하얀 성》 오르한 파묵 (2011). 《하얀 성》. 이난아 옮김. 민음사. 229쪽. 9,500원. Pamuk, Orhan (1985). Beyaz Kale. Gan Yayın. 터키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지만, 오르한 파묵의 책은 거의 읽은 적이 없다. 하지만 내게 오르한 파묵의 글은 너무 지루했다. 학교 수업 때문에 《내 이름은 빨강》, 《이스탄불》, 《내 마음의 낯섦》을 읽어보려고 시도한 적은 있었다. 《내 이름은 빨강》의 1권은 꽤 재미있게 읽었지만, 2권은 수업이 없었다면 끝까지 읽지 못했을 것이다. 뒤의 두 권은, 수업이 있었음에도, 다 읽지 않았다. 두 권은 각각 에세이도 두 편이나 적어야 했는데도. 어지간히 안 맞았나보다. 그럼에도 《하얀 성》을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은 《내 이름은 빨강》과 마찬가.. 2019. 12. 10.
테무진 생애 공백의 10년 달란 발주트의 패배(1187년 이전)와 금나라 주도의 타타르 원정(1196년)까지는 거의 10년의 공백이 존재한다. 몽골 제국의 사료들에서는 이 기간에 테무진의 활동에 대해 의뭉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 예를 들어 몽골 제국기 최중요 사료 가운데 하나인 라시드 알딘의 『집사』에서는 다만 1168년부터 1194년까지 테무진이 많은 고생을 했고, 갖가지 어려움을 겪었다고만 적었을 뿐이다. (Rachnevsky, 1992: 53; Allsen, 1994: 337) 그렇다면 다른 사료는 어떠한가? 흥미롭게도, 남송의 사신 조공(趙珙)은 몽골측을 방문한 뒤 작성한 여행기인 『몽달비록』(蒙鞑备录)에서 테무진이 10년 동안 금나라의 노예로 있었다고 적었다. 조공이 저서에서 여러 차례 종족적 편견을 보였기 때문에 이.. 2019. 12. 4.
Hanioğlu, A Brief History of the Late Ottoman Empire Hanioğlu, M. Şükrü (2010). A Brief History of the Late Ottoman Empire. Princeton University Press. xii + 241 pp. $29.95. 쉬크뤼 하니올루(M. Şükrü Hanioğlu)의 A Brief History of the Late Ottoman Empire은 오스만 제국의 장기 19세기(셀림 3세의 재위가 시작된 1789년부터 제국의 해체인 1918년까지)를 다룬다. 책은 6개의 장과 결론으로 이루어졌다. 6개의 장은 각각 간략한 내러티브로 시작되어, 사회, 경제, 문화, 외교, 군사, 정치 등 분야에 대한 서술로 이어진다. 저자는 이 책을 크게 3가지 원칙에 따라 서술했다. 첫째, 민족주의적 시각을 따르지 않는 것... 2019. 11. 23.
이규하, 《서양 근세 초의 새로운 모습》 이규하 (2019). 《서양 근세 초의 새로운 모습: 시대구분 이론·근세 초 특징·카를 5세 시대 유럽과 함께》. 신서원. 300쪽. 22,000원. 신서원의 책을 많이 읽어 본 것은 아니다. 다만 몇 권을 읽으면서 날것의 향기를 느꼈다. 특히 스기야마 마사아키의 《몽골 세계제국》은 그런 점이 꽤 좋았다. 읽는 내내 문체가 묘하다 싶으면서도 재미있어서 단박에 끝까지 읽었을 정도였다. 역사 관련 책을 읽으면서 읽는 맛이 난다는 생각을 한 몇 안되는 경우였다. 이 책도 마찬가지다. 읽다보면 엄청 잘 정돈된 연구서라기 보다는 강의록처럼 느껴졌다. 오타도 종종 보이고 어색한 표현도 눈에 보인다. 저자 개인의 경험도 간간히 끼어들어 있다. 꼭 연륜 넘치는 교수님의 강의를 듣는 것 같았다. 분위기가 슬 나른해질때쯤.. 2019. 11. 19.
메트 출판사, 출간도서 무료 공개 메트로폴리탄 출판사에서 1911년부터 2019년까지 펴낸 576종의 도서를 온라인 상에서 PDF로 다운받을 수 있게 무료 공개중. (2019년 11월 17일 일요일 기준) 공개 자체는 2015년부터 시작한 모양이지만, 2019년 출판작까지 계속 업로드되고 있다. 처음에는 422종 공개였던 듯. 그림 많이 활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게, 그려진지 100년이 넘은 회화는 저작권 무서울 일이 없다. http://www.metmuseum.org/research/metpublications/titles-with-full-text-online?searchtype=F www.metmuseum.org Download 576 Free Art Books from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You.. 2019. 11. 17.
허쯔취안, 《위촉오 삼국사》 허쯔취안 (2019). 《위촉오 삼국사: 중세 봉건시대의 개막, 184-280》. 최고호 옮김. 모노그래프. 808쪽. 33,000원. 何玆全 (2011). 《三國史》. 人民出版社. 내게 삼국지는 가깝지만 먼 세계였다. 소설로는 《영웅 삼국지》나 《황석영 삼국지》를 읽었고, 좋아하는 만화 가운데 몇 작품도 삼국지에 기반했다. 어릴때는 코에이 삼국지 시리즈도 즐겨했고, 진삼국무쌍 한번 해보겠다고 떼써서 플레이 스테이션 2도 산 기억도 있다. 그런데 역사로서의 삼국지를 얼마나 아냐고 하면, 글쎄. 이공범, 《위진남북조사》(지식산업사, 2003)에서 다룬 부분을 읽은게 전부인 것 같다. 다시 생각해보면, 저정도로 삼국지를 좋아하는데도 막상 역사로 (중국의) 삼국시대를 소비하기 힘든 환경이었구나 싶다. 그런 의.. 2019. 10. 26.
이은정, 《오스만 제국 시대의 무슬림-기독교인 관계》 이은정 (2019). 《오스만 제국 시대의 무슬림-기독교인 관계》(서울대 인문 강의 09). 민음사. 243쪽. 22,000원. 출간 소식을 처음 들었을때 책의 성격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제목만 보면 사회사 같은데, 목차는 통사 같았다. 읽으면서 무슬림-비무슬림 관계를 중심으로 본 오스만 제국 통사로 정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각 장은 시대 순서로 배치되었고, 처음에 해당 장이 다루는 시대를 개괄적으로 설명한 뒤 무슬림과 비무슬림 관계를 중심으로 주제에 따른 꼭지들이 이어진다. 전반적으로 책은 여러 종교집단들의 관계를 성공적으로 조율해온 오스만식 타협이 어떻게 변화하고, 종국에는 파국을 맞이하며 오스만 체제까지 끝장냈는지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오스만 제국 역사 대부분의 기간동안.. 2019. 10. 18.
다르샨 의식 다르샨(Darshan)은 군주가 자신의 신민들에게 모습을 내보이는 의례를 뜻한다. 그 어원은 산스크리트어 다르샤나(darśana ← 어근: dṛś: 보다)으로, 본래는 힌두교도의 관행이었음을 보여준다.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무슬림 군주는 악바르였다. 이 관행은 1668년, 아우랑제브가 폐지하기 전까지 지속되었다. 아우랑제브는 이 관행을 우상숭배로 간주했다. (Burton-Page, 1991: 162; Streusand, 2010: 248-49 그리고 252) 본래 다르샨 행사는 힌두교에서 영적 스승과 제자들 사이에 이루어지던 중요한 상호작용이었다. 악바르는 자루카(jharuka), 즉 작은 발코니에서 대중에게 자신의 모습을 보이며 하루를 시작했다. 자한기르는 아그라에서 하루에 세 차례나 이 행사를 집전.. 2019. 10. 16.